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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읽기:록

하나님은 또 다른 ‘읽기’로 응답하신다

저자명 서자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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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by 고상섭 목사(그 사랑교회) /  출판사 지우 / 작성일 2022-03-10

본문

제목처럼 ‘읽기:록’은 한 사람의 인생을 하나님께서 ‘읽기’를 통해 어떻게 인도하고 계시는지를 잘 보여주는 책이다. 오늘날 신앙생활에서 잃어버린 것 중의 하나가 있다면 아마 ‘전통’일 것이다. 저자는 성경, 교리, 전통 등이 점점 사라져가는 시대에 성경과 기독교 전통의 스승들의 책들을 통해 과거를 기억하며 미래를 기대하는 삶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며, 머리로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삶으로 읽는다는 것의 진수를 보여준다. 


일련의 참사들은 조용하던 저의 일상에 예상치 못한 커다란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 제게도 저런 갑작스런 사고가 언제 일어날지 모른다는 불안과 두려움이 마음속 깊이 자리 잡기 시작했습니다.(24쪽)

1장은 ‘읽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를 소개한다. 저자는 ‘불안’에서부터 출발했다고 고백하지만 책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행간 속에 숨어계시는 하나님의 ‘부르심’에서부터 시작된 사실을 금방 알아차릴 수 있다. 한 사람의 인생을 하나님의 품으로 인도하기 위해 하나님은 ‘불안’을 사용하셨다. 또 하나님은 아이들의 질문을 통해 오늘의 자신을 직면하게 하며 ‘참된 회개’로 인도하신다. 저자는 아이들의 간단한 질문에도 대답하지 못하는 무지한 엄마이며 맹목적 신자인 자신을 발견하게 되면서 ‘읽기:록’의 여정을 시작했다. 


사람의 변화에는 언제나 ‘회개와 믿음’이 동반된다. 죄인이라는 인식, 알지 못한다는 무지의 자각이 없는 지식의 축척은 대부분 자기 의로 귀결된다. 그러나 자신의 무지를 깨닫는 사람들의 지식은 계속 확장되다보면 결국 하나님의 은혜를 찬양하는 단계로 나아간다. 아이들의 질문으로 시작되었지만 그 질문은 저자의 질문이 되었고, ‘읽기:록’은 그 인생의 질문에 답변하시는 하나님의 응답처럼 느껴진다. 질문이 있다는 것은 결국 영적 목마름이 있다는 것이고, 그 목마름은 하나님의 품 안에 안겼을 때 비로소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이다. 많은 사람들은 삶의 행복을 추구한다. 그러나 그 행복을 어디에서 누구를 통해 찾느냐가 중요한데, 저자는 하나님을 아는 지식으로부터 자신의 인생질문을 찾아가게 된다. 설교, 성경읽기, 묵상과 독서는 하나님의 세계를 더욱 풍성하게 열어주었고, ‘읽기’란 저자에게 하나님의 답변을 찾아가는 과정이 되었다.


풍성한 독서의 세계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 독서를 통한 낯선 생각, 새로운 사실과 관심, 타인의 통찰에 집중하기 시작했습니다. … 계속되는 독서는 새로운 생각을 낳았습니다. 믿음의 내용을 질서정연하게 정리해서 다른 사람들에게도 나누고 싶어졌습니다.(66쪽)

2장 ‘책을 읽는 이유’에서는 불안을 벗어나고 안정감을 누리기 위한 독서를 넘어서 사랑의 대상인 하나님의 아름다우심을 향한 갈망을 보여준다. 하나님의 세계의 영광스러움을 맛본 사람은 하나님을 향한 끝없는 목마름이 생겨난다. 온 세상에 가득 찬 하나님의 영광을 맛보고 싶기에, 온 세상 속에 흩어져 감춰진 하나님을 발견하고 싶고 만나고 싶어진다. 그 끝없는 추구로서의 읽기는 결국 하나님을 예배하는 것이다. 저자에게 읽기가 무엇인지를 묻는다면 아마도 하나님을 예배하는 것이라 고백할 것이다. 그래서 읽기란 삶이며, 예배이며, 하나님을 향한 누림이다. 또한 그 은혜를 누린 저자는 가만히 있을 수 없는 내적 충동을 느끼고 은혜를 전달하는 복의 통로로 살아가기를 결단한다. 이것이 읽기를 통해 저자에게 주시는 하나님의 소명일 것이다. 읽기를 통해 하나님을 사랑하게 되고, 이제 하나님은 독서를 나누는 모임을 통해 사람을 사랑하는 법을 알려주신다. 


책을 통해 믿음의 선배들을 만나는 것도 참 각별합니다. … 하나님께 자신을 드리기를 주저하지 않았던 신앙의 어른들을 만나는 것도 커다란 축복입니다. … 소요리문답을 본격적으로 공부하며 진리를 전하고 나누기 위해 전력질주했습니다. … 그때부터 사람들의 삶과 신앙을 더욱 살피고 우정을 쌓는 일에 전염했습니다. … 나눔을 위해서라면 시간과 물질을 아낌없이 사용했습니다.(137쪽)

3장 어떤 책을 읽었는지에 대해 언급하는 부분에서 등장하는 저자의 스승들은 대부분 교리적으로 명확한 가르침이 있는 스승들이다. 박영선, 마틴 로이드 존스, 존 파이퍼, 조나단 에드워즈, 청교도, 헤르만 바빙크 등으로 이어진다. 이 분들의 책들을 통해 저자는 교리적 기초를 세우게 되었고, 바른 교리위에서 세계관을 공부함으로 거시적이며 미시적인 신앙의 관점을 동시에 가지도록 하나님께서 섬세하게 인도하고 계심을 깨닫게 되었다. 우리 삶을 균형있게 계획하면서 진행하지는 않지만 돌아보면 내 삶의 전반을 하나님이 주관하고 계셨음을 고백하듯이, 저자가 읽었던 책들은 누군가 멀리서 총체적으로 계획한 듯한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본 회퍼는 <신도의 공동생활>에서 “우리는 성도의 교제 안에 거할 때만 홀로 있을 수 있으며, 홀로 있을 수 있는 사람만이 성도의 교제를 이루며 살아갈 수 있습니다. 이 둘은 결코 분리 될 수 없습니다. … 어느 하나가 선행되는 것이 아니라 양자는 예수 그리스도의 부르심과 함께 동시에 시작됩니다.”라고 말했다. 홀로 하나님과 깊이 교제하는 은혜를 누린 사람은 가만히 그 은혜를 혼자 누릴 수 없다는 말이다. 언제나 하나님 앞에서의 고독은 교제로 이어진다. 저자도 하나님의 은혜를 누리면서 독서모임을 시작한 것은 어쩌면 은혜가 흘러가는 자연스러운 방향이며, 이 또한 하나님의 오래된 섭리와 계획하심인 것이다. 우리 인생의 두 가지 목적은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이고 또한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다. 결국 하나님은 읽기를 통해 저자를 부르시고 그의 삶에 소명을 주심으로 하나님의 은혜를 전달하는 아름다운 사명자로 세워주셨다. 


성경과 책을 읽으면서 삶의 가치와 원리도 배웠습니다. 세계관을 바꾸고 삶의 방향을 선명하게 하는 독서를 경험했습니다. 독서는 인생의 관점과 가치와 활동에 영향을 미치므로 읽는 이의 삶의 서사를 바꿔 갑니다. 올바른 독서는 현명하고 진실하고 겸손해지는 법입니다.(161쪽)

4장 독서를 통한 변화에는 성화된 신자의 삶의 요소들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먼저 저자는 여러 가지 일들을 경험하면서 자신에 대해 비난하거나 비판하는 사람들에 대해 수용성이 커졌다고 고백한다. 복음의 정체성은 자신이 죄인되었다는 것을 깊이 인식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비판에 극노하지 않는다. 또한 부족한 자신에게 집중하지 않고 크신 하나님께 집중하기 때문에 누군가의 비난에 위축되지 않으면서도 하나님을 의지하며 사역을 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저자는 읽기를 통해 내면의 정체성이 형성되었고, 또한 읽기를 통해 삶의 방향성과 인생의 지혜를 배우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독서모임을 통해 사람들을 섬김으로 관심이 세속적 물질이 아닌 사람의 영혼에 초점이 맞추어지고 자신의 돈과 시간과 에너지를 다른 사람을 향해 흘려보내는 또 다른 축복을 경험하게 되었다. 누군가를 섬길 때 가장 큰 복은 인간의 원죄인 자기중심성으로부터 조금씩 멀어지는 것이다. 자신보다 더 소중한 하나님과 사람의 영혼을 섬길 때 하나님은 섬기는 삶이 주는 새로운 기쁨을 누리게 하신다. 


독서모임이란 참으로 신비로운 하나님의 계획이다. 독서를 해야 하기 때문에 늘 하나님을 알아가는 지식이 성장하게 된다. 또 모임을 해야 하기 때문에 사람들과의 관계성을 통해 서로를 알아가면서 정서적으로 성장하며, 모임을 준비하고 사람들을 환대하는 삶을 통해 섬김을 몸으로 실천하게 되어 지·정·의가 온전히 하나님께 드려지는 삶의 예배자로 세워지게 된다. 또한 이런 공동체는 또 다른 사람들을 복음으로 인도하고 회복하게 하는 전도의 동력이 된다. 


한 사람의 마음의 변화가 공동체의 변화로 이어지고, 그 스토리가 출판을 통해 또 다른 곳에서 저자와 동일한 일들로 일어난다면, 한 사람의 변화를 통해 세상을 변화시켜 가시는 하나님의 놀라운 일들이 지속될 것이다. 헨리 나우웬은 예수님을 가리켜 ‘상처입은 치유자’ 라고 표현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한 사람의 인생을 통해 일하시는 놀라우신 하나님의 섭리를 보게 되었다. 자신의 상처와 불안으로부터 시작된 읽기의 여정이 이제 다른 사람들을 위로하는 하나님의 통로로 사용되어가는 것을 통해 크신 하나님의 섭리하심을 보게 된다. 


‘읽기:록’은 저자의 질문에 대한 하나님의 응답의 과정이기에, 이 책은 끝나지 않는 책이다. 오늘도 질문하는 저자의 질문에 하나님은 또 다른 ‘읽기’들로 응답해 주실 것이다. 계속해서 끝나지 않는 영혼의 목마름을 더 깊은 은혜로 채워주실 하나님을 기대하며, 저자가 펼쳐낼 앞으로의 책들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독서전도와 독서모임은 결국 저의 삶을 더 부지런하고 풍성하게 만들었습니다. 책을 읽는 사람들에게 시간과 공간과 자원을 나눌 수 있음에 정말 감사합니다. … 독서 모임이 거듭되고 함께 하는 사람들이 늘어갈수록 영혼을 살리고 세워가는 하나님의 큰일에 동참하는 것 같아 기쁘고 영광스럽습니다.(19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