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으로

성경과 신학

‘박해자 사울’이 ‘사도 바울’이 되었다?
by Greg Lanier2022-08-23

성경에는 사울-바울 이름 변경을 지지하는 증거가 없다

Share this story 페이스북으로 공유하기 트위터로 공유하기

하나님이 (구체적으로는 예수님이) 현재 우리가 일반적으로 “바울”이라고 부르는 중요한 인물의 이름을 바꾸셨다는 ‘접착성 강한’ 오해를 나는 지금도 계속 마주하고 있다.


“박해자 사울이 사도 바울이 될 수 있도록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은혜를 주십니다.” 최근에 들은 설교의 한 대목이다. 내가 가르치는 학생 중에서도 가장 우수한 한 학생이 시험 답안지에 “복음의 주요 메신저는 바울로 개명된 사울”이라고 썼다. 한 교인은 나에게 이렇게 되물었다. “잠깐만요. 예수님이 다메섹 도상에서 사울의 이름을 바울로 바꾸지 않으셨다는 말씀이십니까?”


문제는 이런 개념이 널리 퍼져 있지만 맞지 않다는 것이다. 나도 분위기를 썰렁하게 만들고 싶지는 않다.


인기 있지만, 성경에는 근거가 없다


이런 생각이 어디서 유래하게 된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몇몇 부지런한 사람들이 연구한 것은 분명하지만 말이다), 이 ‘바울로 개명된 사울’ 개념은 구약의 이야기를 위대한 사도의 이야기로 영리하게 다시 읽은 데서 연유한 것 같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듯이, 하나님은 구약의 두 족장의 이름을 분명히 바꾸셨다: 아브람을 아브라함으로(창 17:5), 야곱을 이스라엘로(창 32:28). 이 이야기를 기초로 해서 바울이 다메섹 도상에서 예수님을 만났을 때(사도행전 9장)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고 생각한 것 같다.


그러나 성경에는 사울-바울 이름 변경을 지지하는 증거가 없다. 다음은 이 인기 있는 개념이 틀렸음을 증명하는 여섯 가지 성경의 증거다.


1. 예수님은 다메섹 도상에서 “사울아, 사울아”라고 부르신다(행 9:4).


이 이야기에는 예수님이 그때부터 사울의 이름을 바꾸셨다는 어떤 내용도 없다. [자신이 사도가 된 내력을 밝히는] 갈라디아서 1:15-17에서 바울은 태어나기 전부터 이방인에게 복음을 전할 사람으로 구별되었다고 말하면서도, 자신의 이름이 바뀌었다는 말은 전혀 하지 않는다.


2. 아나니아는 회심한 그를 “사울”이라고 부른다(행 9:17).


이름 변경에 대한 어떤 언급도 없이, 그리스도께서 다메섹 도상에서 그에게 나타나신 이후의 그를 여전히 “사울”이라고 부른다.


3. 성령이 첫 선교 여행을 앞둔 그를 “사울”이라고 부르신다.


사도행전 13:2은 이렇게 전한다. “그들이 주님께 예배하며 금식하고 있을 때에, 성령이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나를 위해서 바나바와 사울을 따로 세워라. 내가 그들에게 맡기려 하는 일이 있다.’” 앞서 9장에서 성삼위 하나님의 두 번째 위격께서 그를 “사도”로 부르시며 이름을 바꾸셨다면, 여기 13장에서 삼위일체 하나님의 세 번째 위격께서 굳이 그를 “박해자” 시절의 이름으로 부르신다는 건 정말 어색한 일이다. 


4. 회심 후에도 그는 열한 번이나 더 “사울”이라고 불린다. 


다시 말하지만, 예수님이 그의 이름을 바울로 바꾸셨다면 이건 어색한 호칭이다.


5. 사도행전에서 “사울”에서 “바울”로 분명하게 바뀌는 것은 바울이 예루살렘을 떠나 선교 여행을 떠난 후에 한 번만 나온다.


이 미묘한 변화는 사도행전 13:13에서 일어난다. “바울과 그 일행은 바보에서 배를 타고, 밤빌리아에 있는 버가로 건너갔다. 그런데 요한은 그들과 헤어져서 예루살렘으로 돌아갔다.” 그의 이름을 “바꾸는” 사람은 예수님이 아니라 누가이다.


6. 사울과 바울은 줄곧 같은 사람의 두 가지 이름이었다.


사도행전 13:9이 핵심이다. “그래서 바울이라고도 하는 사울이 성령으로 충만하여 마술사를 노려보고 말하였다.” 여기에서 회심한 사람은 “그리스도인 바울로 개명된 박해자 사울”이 아니라 사울과 바울 두 가지 이름으로 불린다. 사울과 바울은 회심 전과 후에 모두 사용된 이중 이름이다.


바울은 사울이다


밝혀진 바와 같이, “사울”은 이스라엘의 유명한 초대 왕이자 사울/바울이 속한 베냐민 지파에서 유래한 이름으로(빌 3:5), 단순히 이 사람의 히브리식 이름이다. 일반적인 코이네 이름인 “바울”은 라틴 성씨 파울루스에서 나온 그의 그리스어 이름이다.


다소에서 태어났지만(행 21:39) 예루살렘에서 가말리엘 문하에서 엄격한 바리새파 교육을 받은 사람(갈 1:14; 빌 3:5-6)인 그에게 이는 전혀 이상한 게 아니다. 영어권 세계로 이주한 많은 이민자가 민족 이름에 영어식 이름을 더하여 사용하는 것처럼, 바울 시대에 그리스어를 사용하는 많은 유대인이 유대인/히브리어 이름과 헬레니즘/그리스 이름을 같이 사용했다.


스모킹 건은 여기 있다: 바울은 자신의 회심을 이렇게 회상한다. “우리는 모두 땅에 엎어졌습니다. 그 때에 히브리 말로 나에게 ‘사울아, 사울아, 너는 어찌하여 나를 핍박하느냐? 가시 돋친 채찍을 발길로 차면, 너만 아플 뿐이다’ 하고 말하는 음성을 들었습니다”(행 26:14). 바울은 예수께서 자신을 히브리 이름으로 부르셨다고 주의를 기울여 설명하면서도, 지금은 그 이름이 버려졌다고는 말하지 않는다.


사울/바울이 주로 헬라어를 사용하는 사람들 가운데서 이방인 중심의 사역을 시작할 때(사도행전 13:9에서 시작), 사도행전의 저자인 누가가 그를 헬라어 이름으로만 부르기 시작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그가 나중에 예루살렘에서 “바울”로 언급된 것도 놀랄 일이 아니다. 예루살렘에도 헬라어를 구사하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누가는 사도행전의 더 넓은 주제(예: 1:8)를 고려하면서, 13장 즈음에서 사울에서 바울로 이름을 바꾸어 주제를 제시한 것이다. 결국 그 교회의 핵심이 유대인 중심의 예루살렘에서 로마와 같은 그리스 중심의 “땅끝”으로 옮겨 가고 있다.


이 사도만 두 가지 이름을 가진 것도 아니다. 신약에 나오는 다른 몇몇 인물들도 두 가지 이름이 있다. 요셉은 나중에 바나바라고도 불린다(행 4:36). 시므온은 니게르라고도 불린다(행 13:1); 도마는 디두모라고도 불린다(요 21:2). 이들이 전부도 아니다. 


이것이 중요한 까닭


그렇다면 이 문제를 명확히 따져야 하는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사울(나쁜 사람)에서 바울(좋은 사람)로 이름이 바뀌는 것이 하나님의 은혜를 보여주는 가치 있는 실례라면, 왜 내가 그 사람의 앞길에 비가 내리기를 바라겠는가?


하나님의 말씀에 뿌리를 두고 있지 않은 신학적 아이디어는 매력적이고 유용하더라도 궁극적으로 타당하지 않다. 박해자 사울이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났고 또 예수님이 그에게 새 이름을 주셨다는 개념에서 강력한 적용점을 끌어내기란 정말 수월한 일일 것이다. 그리고 또 그렇게들 설교하려고 할 것이다. 성경에서 이름과 정체성이 얼마나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지 잘 알고 있는 이들로서는 더욱 그럴 것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생각을 뒷받침해 주는 증거가 성경에 없다면,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설교가 재미없어지더라도 말이다.


이러한 원칙은 이 상황을 넘어서도 물론 적용되어야 한다. 또 다른 흔한 오류는 동방 박사들과 목자들이 구유 앞에 함께 있는 그림이다. 동방 박사들은 같은 시간에 그 자리에 있지 않았다. 그들이 예수님을 찾은 건 몇 달 후였다. 우리는 잘못된 본문에서 올바른 교리를 도출할 수도 있고, 올바른 본문에서 잘못된 교리를 도출할 수도 있다.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우리는 하나님의 말씀을 자세히 읽고 가능한 한, 모든 영역에서 말씀에 충실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성경에서 끌어낸 것으로 보였는데 사실은 성경과 무관한 적용이었다는 걸 아는 순간―그것이 아무리 유용하거나 멋진 적용이라 하더라도―자신이 내내 속았다고 생각하게 될 터이고, 그러면 정말 믿음이 약해질 수도 있다.



원제: No, ‘Saul the Persecutor’ Did Not Become ‘Paul the Apostle’

출처: www.thegospelcoalition.org

번역: 김은홍

이러한 생각을 뒷받침해 주는 증거가 성경에 없다면,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설교가 재미없어지더라도 말이다

Share this story 페이스북으로 공유하기 트위터로 공유하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카카오톡으로 보내기
  • 공유하기
  • 공유하기

작가 Greg Lanier

그렉 래니어(PhD, Cambridge). Reformed Theological Seminary(Orlando, Florida)의 부교수로, 그리고 River Oaks Church(PCA)의 부목사로 섬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