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으로

이슈

로잔 운동, 그 시작은

로잔 운동을 알고 싶다_01

by 문대원2024-01-17

로잔 운동을 알고 싶다

2024 서울 로잔대회를 앞두고, 로잔 운동의 젊은 지도자 문대원 목사가 로잔 운동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게 이 역사적 복음주의 운동의 ABC를 앞으로 차근차근 설명해 드립니다.

제4차 로잔대회가 2024년 9월 22일부터 28일까지 한국에서 열립니다. 전 세계 200여 국가에서 5,000명의 선교 지도자들이 모인다고 하는데, 올해로 50주년을 맞은 로잔 운동(Lausanne Movement)은 어떤 목적을 위해서 시작되었을까요? 로잔 운동은 세계교회협의회(WCC)와 어떤 관계에 있으며,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선교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로잔 언약(Lausanne Covenant)이라는 문서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20세기 기독교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문서 가운데 하나로 인정받는 로잔 언약은 성경의 권위, 예수 그리스도의 유일성, 전도의 본질, 교회와 전도, 전도와 문화 등 선교에 대한 성경적 정의와 현재 상황, 향후 과제를 복음주의 관점에서 기술했습니다. 


로잔 언약은 1974년 스위스 로잔에서 열렸던 제1차 세계 복음화 국제대회(The First International Congress on World Evangelization)에서 발표된 공식 문서입니다. 세계적인 부흥사로 광범위한 국제 네트워크를 가진 미국의 빌리 그레이엄(Billy Graham)과 20세기 기독교 지성을 대표하는 영국의 복음주의 신학자 존 스토트(John Stott)가 이 역사적인 선교 대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감당했습니다. 세계 150개국에서 모인 2,400명의 선교 지도자들은 이 문서에 서명했습니다.


제1차 로잔대회가 열렸을 당시 세계 교회는 종교다원주의와 자유주의 신학이라는 큰 위협을 마주했습니다. 1962년에 열렸던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타 종교에도 구원에 이르는 은혜(saving grace)가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정했습니다. 또한 1968년에 열렸던 WCC 웁살라 대회는 선교의 목표를 ‘인간화’(정치·경제·사회적 억압으로부터의 해방)로 규정하며 복음 전도의 중요성과 회개의 필요성을 매우 약화시켰습니다.


이러한 시대적 도전 앞에서 복음주의자들은 성경이 하나님의 정확무오한 말씀이며 예수 그리스도 외에는 구원의 길이 없다는 정통 신학을 확립하고, 이에 근거한 선교 운동을 회복해야 할 필요성을 절감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1974년 제1차 로잔대회가 열리게 된 목적이었습니다. 1920년대 근본주의-자유주의 논쟁 이후 주류 사회와 거리를 두었던 복음주의자들이 복음 전도와 사회 참여를 통한 세계 복음화를 위해 전 세계적으로 연합하고자 한 것입니다.


한국에서는 로잔 언약이 복음 전도와 사회적 책임을 포괄하는 ‘복음의 총체성’을 강조한 선교 문서라고 소개되었습니다. 하지만, 필자가 공부했던 미국에서는 로잔 언약을 성경의 절대적 권위와 예수 그리스도의 유일성을 강조한 ‘복음주의 선교 문서’로 이해합니다. 로잔 언약은 1968년 WCC 웁살라 대회에서 주창된 자유주의 선교 신학에 대한 복음주의자들의 신학적 반증(反證)이었습니다. 


로잔 언약은 종교다원주의를 배격하며 예수 그리스도만이 구원에 이르는 유일한 길임을 천명했습니다. 로잔 언약 3항은 “우리는 모든 종류의 혼합주의를 거부하며 그리스도께서 어떤 종교나 어떤 이데올로기를 통해서도 동일하게 말씀하신다는 식의 대화는 그리스도와 복음을 손상시키므로 거부한다”고 분명하게 선언합니다. 이는 종교간 대화를 통한 상호 이해가 선교의 중요한 방법이라고 주장하는 WCC의 입장과 명확한 차이를 보입니다.


18세기 조나단 에드워즈, 19세기 드와이트 무디, 20세기 빌리 그레이엄으로 이어지는 복음주의 부흥 운동은 예수님을 알지 못하고 죽어가는 영혼들을 향한 선교 운동으로 이어졌습니다. 영국 에든버러 대학의 앤드류 월스(Andrew Walls) 교수는 “근대 선교 운동은 복음주의 부흥 운동이 맺은 최고의 열매이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기도 가운데 성령의 능력을 경험한 그리스도인은 지리적, 문화적, 사회적 경계를 넘어서 복음을 전하고자 하는 열정을 가지게 되기 때문입니다.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카카오톡으로 보내기
  • 공유하기
  • 공유하기

작가 문대원

문대원 목사는 미국 고든콘웰 신학교(M.Div.)와 보스턴 대학교(Ph.D.)를 졸업했으며, 현재 대구동신교회 담임목사, 국제로잔이사, 한국로잔이사로 섬기고 있다. 저서로는 세계선교학회 학술서 African Initiative and Inspiration in the East African Revival (Brill, 2022)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