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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슬퍼하는 자에게 화관을 주소서

714 기도대성회 소회

by 김창현2023-07-26

오랜 슬픔


슬펐다. 많이. 

울었다. 오랜 시간. 

누구의 잘못인가? 

무엇이 잘못된 것인가? 

차라리 모르는 것이 나은가? 

굳이 찾은들 또 다른 분열만 일으키지 않겠는가? 

마귀의 특징이 ‘분열’이라 하였던가? 

그렇다면 교회의 분열이 그놈의 짓거리인가?  

   

정녕 당신은 이 분열을 알고 계셨던 건가요? 

그래서 ‘성령이 하나 되게 하신 것을 힘써 지키라’라 하신 것인가요? 

교회는 이미 하나인 것. 

하나가 되기 위해 힘쓰는 것이 아니라 하나됨을 힘써 지켜야 하는 것. 

힘써, 노력, 의지, 자기 부인, 내려놓음. 

온갖 좋은 말을 다 갖다 붙여 가능하다면 

내 수십, 수백 단어를 말하리이다. 

   

714 기도대성회


2023년 7월 14일 송도 컨벤시아에서 ‘714 기도대성회’가 열렸다. 7월 14일은 역대하 7장 14절에 근거하여 결정되었다고 한다. 이 모임은 두 가지의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 2024년 로잔대회 준비와 한국 교회의 영적 대각성이다. 

   

현장에는 전국 450여 교회와 6,000명이 넘는 성도들이 함께 모여 기도하였다. 모인 분들을 붙잡고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로잔대회보다는 한국 교회의 영적대각성에 관심이 더 많았을 것이다. 나를 낳아준 어머니 같은 한국 교회를 사랑하는 성도는 나뿐만이 아님을 잘 알고 있다. 

   

간절함


대학 시절 전국대학생 여름수련회 이후 이런 대형집회는 오랜만이었다. 우뢰와 같은 찬양 소리, 하늘에 닿을 듯한 기도 소리. 가슴이 벅차 첫 찬양에서부터 눈물이 흘렀다. 이 찬양과 기도 소리가 주님께 닿을 수만 있다면 목이 터져라 소리치리라.


예수보다 정치이념이 우선 되어버린 한국 교회. 담임목사와 정치이념이 맞지 않다고 떠나는 성도. 정치이념으로 편이 갈려진 목사들. 선교단체 단톡방에서 정치 이슈로 논쟁하다 집단으로 단톡방을 나가버린 젊은 간사들. 교회마다 정치 이슈로 갈기갈기 찢긴 권사회, 안수집사회.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진짜 마귀짓거리라면 “네 이놈 예수의 이름으로 명하노니 한국 교회에서 떠나갈지어다!” 


코로나로 집회와 예배 금지를 경험한 한국 교회 성도들. 그 마음에 이러한 기도의 자리를 얼마나 사모하고 열망하였는지 그 간절함이 현장에서 느껴졌다. 이것이 한국 교회 회복의 시작점이길 간절히 기도하였다. 2024년 로잔대회가 한국에서 열린다니, 이것이 어떤 모양으로든 한국 교회 회복의 마중물이 되길 간절히 소망했다. 

   

염려. 그럼에도…


누군들 기도하지 않았겠는가? 한국 교회의 회복을 위해 왜 부르짖지 않았겠는가? 1907년의 평양대부흥이 다시 이 땅에 일어나길 바라는 울부짖음은 이번 기도대성회보다 어찌 작다 하겠는가? 이번 대회도 ‘이벤트’로 끝날 수도 있을 것이다. 아무 일도 안 일어날 수도 있다. 그래도 괜찮다. 이렇게 기도하는 징검다리들이 있어야 진짜가 나타나지 않겠는가? 또 다른 누군가가 이 기도 모임을 딛고 한 발을 내디디어 진짜 회복과 부흥의 때를 맛볼 수만 있다면, 기꺼이 징검다리 되어 줄 수 있다. 

   

연합


1980년대, 1990년대 부흥의 끝자락을 경험한 것은 목사로서 큰 기쁨이고 행운이라 하겠다. 하지만 그 시절 목사는 유명 연예인처럼 보였다. 나도 그런 부류를 꿈꾸던 사람이었다. 교회는 보이지 않았고 유명 목회자 뒤에 숨겨진 수많은 목회자들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제 목회 16년 차가 되어보니 예전이 보이지 않던 것들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부흥 1세대 목회자들 가운데 그 끝이 아름답지 않은 분들을 보게 되었다. 반면 소위 복음주의 4인방이라고 불리는 부흥 2세대 목회자들은 조금 다름도 발견하게 되었다. 무엇이 이런 차이를 만들었을까? 바로 ‘연합’이었다. 


그들에게는 단순한 연합이 아니라 친밀한 인격적 관계가 있었다. 복음주의 4인방 중 한 목사님이 고급 승용차를 선물로 받았다고 한다. 다른 사모님이 농담반 진담반으로 말씀하셨다. “목사님 많이 변하셨어요.” 이 이야기를 들은 목사님이 바로 차를 파셨다고 한다. 친밀한 인격적 관계에는 위로와 격려가 있음과 동시에 도전과 긴장도 존재한다. 이것이 참된 연합의 유익이 아닐까? 철이 철을 날카롭게 하는 것과 같음과 동시에 두 사람이 함께 누우면 따뜻해지는 유익 말이다.

 

연합의 유익을 선배 목회자들이 보여주었다면 이제 다음 세대는 ‘운동’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생명력이 있는 복음적 생태계가 한국 교회에 안에 이루어져야 한다. 그 시작점에 이번 기도대성회가 자리하고 있다고 확신한다. 한국 교회는 오직 복음 안에서 새로운 연합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로잔운동


나는 복음주의 연합대회인 로잔운동(Lausanne Movement)이 좋다. 그 역사와 배경을 잘은 모르지만, 그 이름 자체가 정체성을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로잔은 ‘조직’이 아니라 ‘운동’이다. 연대와 연합을 강조하지 않은 때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연합은 ‘조직’을 잘 갖추면 된다고 여겼다. 조직이 필요 없다는 것이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운동성’이다. “온 교회가 온전한 복음을 온 세계에!”


714기도대성회는 2024년 9월에 열리는 로잔대회까지의 기도 운동이다. 조직은 간소하지만 운동성은 강할 것이다. 전국에 450여 교회가 한국 교회의 영적 대각성을 위한 영적 회복 운동을 시작한 것이다. 

   

이때가 아닐 수도 있다. 

더 혹독한 겨울을 지나야 할 수도 있다. 

출애굽 1세대들처럼 지금의 한국 교회 성도들이 광야에서 생을 다 마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함에도 소망한다. 간절히!

주여! 이 땅에 다시 부흥을 허락하소서. 

예수의 이름으로 하나되게 하소서. 

모든 분열을 회복시키소서. 

   

“무릇 시온에서 슬퍼하는 자에게 화관을 주어 그 재를 대신하며 희락의 기름으로 그 슬픔을 대신하며 찬송의 옷으로 그 근심을 대신하시고 그들이 의의 나무 곧 여호와께서 심으신 그 영광을 나타낼 자라 일컬음을 받게 하려 하심이라.” (이사야 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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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창현

소풍교회 담임 목사. 평범을 두려워하지 않는 영성, 손해의 낭만, 7일간의 기쁨회복, 유초등부를 살리는 사역코칭, 아무것도 하지 않는 영성. 자녀로 예언케 하라!의 저자. 총신대 신학대학원 및 대학원을 졸업하고(기독교교육), 미국 Southwestern Baptist Theological Seminary(교회행정)에서 수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