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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과 일

여성의 은사 활용 기회를 제한하는 교회, 떠나야 할까요?
by 김선일·이금주2023-07-31

엉겅퀴와 가시덤불

그리스도인들이 일터에서 겪는 문제와 질문을 두고 김선일 교수와 이금주 교수, 두 신학자가 대화하며 그 답을 찾아 나선다. 


우리 교회 목사님은 여성들에게 교회에서 가르치는 일을 맡기지 않습니다. 여성에게 교회 봉사는 시키지만, 리더의 역할은 주지 않습니다. 저는 은사를 활용해서 가르치고 싶은데 기회를 주지 않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교회를 옮겨야 할까요? 

김선일: 이 질문은 교회를 옮기느냐의 문제도 있지만, 일, 여성, 은사 등의 문제들도 결부된 것 같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여성의 위상이 향상되듯 교회에서도 여성들이 리더의 역할을 맡는 일도 요즘은 일반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이렇게 남성 중심적인 교회들이 있군요. 


이금주: 우선 ‘교회를 옮겨야 하는가?’라는 질문부터 보자면, 저는 ‘쉽게 옮기지 말라’고 조언하겠습니다. 왜냐하면 교회를 옮기는 것이 교회의 문제 때문이 아니라 나의 문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교회를 옮긴다고 문제가 해결된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비슷한 경험을 해도 교회를 옮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안 옮기는 사람도 있습니다. 따라서 먼저 주의해야 할 점은 문제가 불거졌을 때마다 교회를 옮기는 습관이 붙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 먼저 교회를 옮기는 문제로 고민하는 자신을 성찰해야 한다는 말씀일까요? 교인들이 자기가 다니는 교회의 목회자에 대해서 영적인 신뢰를 갖지 못할 때는 교회를 옮길 수도 있지 않을까요?


: 물론 교회를 옮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경우에는 먼저 자신의 은사를 점검하고 그것을 교회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우선입니다. 나중에 교회를 옮겨야 할 상황이 올 수도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옮겨야 할 때를 허락하실 것입니다. 


: 예. 주관적 경험이나 느낌으로 쉽게 교회를 옮기는 결정을 내리는 것은 섣부르다는 데 저도 동의합니다.


: 저도 질문자와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하나님이 나에게 주신 은사를 교회에서 사용하지 못하게 했을 때, 교회가 아니라 하나님께 순종하기 위해서 교회를 떠났습니다. 물론 쉽게 떠난 것은 아니고 고민과 기도 끝에 결단했습니다. 


: 오랫동안 고민하고 기도하시면서 어떠한 과정이나 절차를 겪으셨나요? 그래도 혼자 끙끙 앓을 것이 아니라 목사님과도 상의하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요.


: 제 경험에 비추어 질문자에게 이렇게 권면하겠습니다. 첫째, 목사님과 진지하게 대화하십시오. ‘나의 은사가 무엇이고 그것을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목사님께서 조언해주시고 지도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이렇게 물어보십시오. 혼자서 이 문제를 놓고 고민하거나 궁리하지 말고 먼저 목사님과 상의하라는 것입니다. 목사님과의 대화를 통해서 내 은사를 활용할 기회가 있는지 아닌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모임을 하게 되더라도 교회의 목회 방침에 따르겠다는 것을 보여 주십시오. 이런 대화를 통해서 목사님이 설득되는지, 목사님이 자기 교인의 은사를 발견하고 계발하는 데 관심이 있는지 없는지 알게 될 것입니다. 


: 지혜로운 방법인 것 같습니다.


: 둘째, 하나님께서 당신에게 어떠한 마음을 주실 것입니다. 마치 자석에 이끌리듯 당신의 마음이 하나님께서 이끄시는 대로 흘러갈 것입니다. 그때 마음도 평안해집니다. 현재의 교회에 계속 머무는 것이 마음에 불편하다면 다른 교회를 찾아서 옮길 수 있습니다. 현재의 교회가 나의 상황을 잘 헤아리고 동역할 수 있는 교회인지를 분별해야 합니다. 또 목회자를 찾아가서 요구하고 논쟁하면 안 됩니다. 저의 경우에는 결국에 교회를 옮겼습니다. 왜냐하면 하나님께서 나에게 주신 섬김의 은사를 활용할 수 없음을 발견해서 옮긴 것입니다. 


: 교회를 옮기는 문제도 하나님께서 나에게 주신 은사와 소명을 깊이 돌아보는 계기가 되겠군요. 이것도 일의 신학과 관련한 문제이고, ‘하나님 앞에서’라는 클 틀에서 봐야겠네요. 사실 많은 그리스도인이 교회뿐 아니라 자기가 몸을 담고 있는 조직에서 계속 있어야 할지 떠나야 할지 고민합니다.


: 목사님에게 초점을 맞추지 마십시오. ‘이 교회가 내가 하나님이 나에게 거저 주신 은사를 사용할 수 있는 곳인가? 교회가 당신에게 그 문을 닫고 열어주지 않는다면, 목사님의 문제나 여성 차별의 문제로만 보지 마십시오. 이건 하나님께서 주신 은사를 올바르게 활용하느냐의 문제입니다.


: 우리가 은사와 소명에 관해서 중요하게 보는 구절이 에베소서 4장 12절인데요. 교회가 그리스도의 몸을 이루는 과제는 성도를 온전하게 준비시켜서 봉사의 일을 하게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앞서 에베소서 4장 7절에서는 “각 사람에게 그리스도께서 주시는 선물의 분량을 따라서 은혜를 주셨다”고 합니다. 그리스도의 은혜로 구원받은 이들이 성령께서 주신 은사를 발견해서 그리스도의 몸된 교회를 위해 그 은사를 활용하고 계발하도록 돕는 것은 교회 지도자의 주된 책임이라고 봅니다.


: 그래서 초점을 분명하게 해야 합니다. 목사님에게 초점을 맞추지 말고 (목사님도 죄인인 인간입니다) 이 교회가 성도의 은사를 발견하고 활용하는 곳인지에 초점을 맞추십시오. 물론 남녀 차별의 문제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너무 복잡한 사안들이 얽혀 있습니다. 먼저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십시오.


: 교회를 옮기는 문제로 고민하고 기도하다 결론에 이르는 과정까지는 얼마나 시간이 필요할까요? 


: 죄송하지만, 다시 저의 경험담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당시 제가 다니던 교회는 목사님은 부모님과 일찍 이민 오셔서 미국에서 공부 마치고 안수받은 한인이었고 장로님드르 교인들 대부분이 미국인이었지만 회중에는 미국인과 한인 2세들이 함께 있는 곳이었습니다. 제가 박사논문으로 연구한 여성 사역에 관한 특별 주제를 금요일에 대학부 성경공부 시간 전에 가르칠 수 있겠냐고 했더니 당회에서 안 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 주일에 예배 끝나고 30분 정도 세미나를 인도할 기회나, 혹은 수양회에서 강의할 수 있도록 한 세션을 주면 어떻겠냐고 했더니 그것도 안 된다고 하셨습니다. 이러한 과정이 1년은 걸렸습니다. 장로님인 제 남편은 이미 교회를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다만 제가 마음의 결정을 할 때까지 기다렸노라고 나중에 말해주었습니다. 이 교회에서 하나님이 나에게 주신 은사를 사용할 수 없음을 깨닫는 데 1년 반이 걸린 겁니다. 그래서 다른 교회로 옮겼습니다. 원래부터 알던 교회였는데, 그곳에서 제 은사를 활용할 기회를 얻을 수 있게 됐습니다.


: 교회를 옮기기 전까지 공동체 안에서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하고, 하나님께 기도하며 그의 뜻을 묻는 과정을 거쳐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하나님 앞에서 성찰해야 할 주제는 교회나 목사님이 아니라 자신의 은사와 소명에 관한 것이어야 하고요. 그러고 보니, 일의 신학이 교회 내의 문제와도 긴밀하게 연결되는군요. 요즘 한국 교회의 젊은 목사님들은 교회 내 여성의 동등성을 중요하게 보는 것 같습니다. 


: 교회 내 여성의 동등성이 중요합니다만, 조심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교회에서 동등성을 추구하는 이유가 분명해야 합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서로 협력하여 주의 몸을 이루기 위함입니다. 자칫 여성운동의 차원으로 접근하면 그것은 성경의 바른 가르침에서 벗어납니다. 제가 다녔던 미국 교회는 오랫동안 여자 장로를 두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교회의 장로들이 성경을 더 깊이 연구한 뒤에 여성 장로가 가능하도록 교회 규정을 개정했습니다. 그런데 여자 장로들이 많이 뽑히니까 남자들이 장로로 추천돼도 거부하기도 했습니다. 여성이 더 많아지니까 남자들이 소수가 돼서 불편해한 것입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서로 협력해서 일하기를 원하십니다. 여자도 남자들과 함께 일하기를 배워야 하고, 남자들도 여자들과 함께 일하기를 배워야 합니다. 남자와 여자는 서로 적이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나와 다른 이들에게 은사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서로 협력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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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선일·이금주

김선일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한국 사회와 복음의 만남을 위해 섬기며 전도학과 일터 신학을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는 전도의 유산: 오래된 복음의 미래한국 기독교의 성장 내러티브교회를 위한 전도 가이드 등이 있다. 

이금주 교수는 연세대학교에서 핵물리학 학사와 석사를 마치고 도미하여 세계적 금융투자사인 피델리티 매니지먼트에서 28년 근무했다. 그후 고든콘웰신학교에 진학하여 신학석사와 목회학박사를 취득하고, 아프리카의 여성과 교육을 위한 선교단체인 Matthew 28 Ministries를 설립하였다. 일의 신학과 변혁적 리더십을 전문으로 하는 바키대학원대학교(Bakke Graduate University)한국어 과정 위원장이며, 미국과 한국, 아프리카 등지에서 일의 신학을 가르쳐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