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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빈대는 이렇게 번져간다

빈대의 확산을 막는 지혜

by 필립 정2023-11-14

요즘 빈대로 떠들썩한 한국 사회라 빈대가 어떤 벌레인지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 같다. 빈대를 다루는 매체마다 매우 자세하게 빈대에 대해 알려주고 있으니 이 지면에 빈대에 관해 재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어떤 경로로 빈대에 감염이 되고 확산이 되는지는 어느 매체도 잘 알려주고 있지 못하다. 


나는 이 글을 쓰기 위해 지난 16년간 빈대를 잡아 온 기록을 찾아보았다. 개인적으로 빈대 방역 처리 기록이 70여 차례가 넘고 나와 같이 일하는 직원들 기록까지 더하면 100차례가 넘는  것 같다. 여기에 빈대 검사만 하고 돌아온 기록까지 더 하면 훨씬 더 많은 경험이 축적되었다고 볼 수 있다. 현재 한국은 미국과 달리 비교적 짧은 페스트 컨트롤 역사를 갖고 있고 빈대의 재출현도 시간적으로 얼마 되지 않아 빈대 감염과 확산 연구에 대한 자료가 충분치 않은 것 같다. 물론 내가 사는 이곳이 여러 인종이 섞여 사는 미국 남부라는 지역적 한계가 있고 한국과 주거 환경이 달라 일반화하기 쉽지 않겠지만 아직 빈대 출현의 빈도수가 낮은 한국에 보다 정확하고 많은 정보를 전달해 줄 수 있을 것 같아 글을 써 본다.


나는 이 글을 통해 빈대의 감염과 확산 경로, 빈대를 잘 옮기는 사람 특징, 그들의 직업적 특성, 문화적 특성, 주거 형태, 왜 주로 빈곤층에 빈대가 확산하는지, 나아가 이런 시대에 그리스도인들은 빈대의 감염과 확산을 막기 위해 어떻게 지혜롭게 행동해야 하고 빈대의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웃을 어떻게 도와야 할지 페스트 컨트롤 전문가로서 견해를 밝히고 싶다.


빈대 감염과 확산 경로


나는 고객들의 의뢰로 빈대를 잡으러 가면 제일 먼저 묻는 말이 있다. 최근에 여행 가서 어디서 묵었는가, 손님을 집에 재운 적이 있는가? 왜냐면 빈대의 감염 경로를 찾아야만 빈대의 확산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고객들이 여행하면서 묵었던 숙박업소에서 감염되어 온 경우가 50퍼센트를 웃돈다. 그다음이 고객의 집에 다른 사람을 재웠던 경우로 30퍼센트 이상 되는 것 같다, 버리려고 내놓은 가구를 가져오거나 남이 입던 옷을 사 입었을 경우도 매우 흔하다. 아주 드문 경우이지만 아파트 천장 안에 비둘기가 살았는데 비둘기 몸에 있던 빈대가 거주인에게 옮겨 온 적도 있다. 


빈대 감염과 확산은 직업과 매우 관련이 깊다. 출장이 잦거나 여행을 자주 하는 사람들이 호텔에서 잘 수밖에 없으니 빈대에 잘 감염되어 집으로 옮겨 온다. 미국에서 호텔은 저가의 숙박업소나 고급 호텔 할 것 없이 빈대의 온상지로 유명하다. 호텔을 옮겨가며 잠을 자야 하는 직장인들에게는 빈대를 피할 수 없다. 한번은 매우 큰 호텔에서 호텔 전체에 빈대 약을 쳐 달라는 의뢰가 들어왔다. 충격적으로 빈대가 많아 호텔 측이 비용을 감당할 수 없었다. 호텔 측은 경영난에 빈대까지 겹쳐 영업을 포기하고 버티다가 결국은 다른 큰 호텔 업체에 인수되었다.


많은 손님을 맞이하는 숙박업소 직원, 찜질방 종사자의 숙소에도 빈대가 번져 네 번이나 가서 처리해 준 적이 있다. 단체 생활을 하는 학생, 근로자들도 빈대를 많이 옮긴다. 기숙사에서 살던 대학생이 방학이 되어 집에 돌아와 빈대를 옮긴 경우도 여러 차례이고, 초등학생과 중학생의 가방에 빈대가 함께 와 온 집안에 빈대를 확산시킨 적도 여러 번 있다.


국가 간 문화에 따라 빈대 감염과 확산에 차이가 있다. 내 기록을 자세히 살펴보면 유난히 공동체 의식과 유대감이 강한 문화를 지닌 민족일수록 빈대가 더 잘 퍼지는 특징이 있다. 한국, 남미, 인도 등 이런 나라들은 자기의 먼 친척, 오래전 친구라도 연락이 오면 쉽게 방을 내주고 잠을 재우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초청받아 온 사람이 장기간 여행하며 여러 호텔을 거쳤다면 가정집 방문은 확산의 경유지가 된다. 


중요한 사실 하나는 빈대는 주로 잘 안 물리는 사람이 옮긴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전혀 언급되지 않는데 사실 빈대에 전혀 물리지 않거나 거의 물리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한집에 같이 사는 부부인데 한 사람만 물리는 경우가 흔하다. 이론적으로는 이런 가설이 가능하다. 빈대는 사람들이 입과 피부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에 반응하는데, 이산화탄소 배출이 많은 사람을 집중적으로 공격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빈대에 잘 물리지 않는 사람들은 본인이 감염된 것을 모르기 때문에 이리저리 다니며 빈대를 확산시킬 수밖에 없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무증상자들이 코로나를 확산시키는 원리와 동일하다. 내 자료에도 거의 40퍼센트 이상이 빈대에 물리지 않은 사람들이 자기가 사는 곳과 다른 곳에 빈대를 옮겨 온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이 한국과 다른 것 중 하나는 중고 용품의 재사용이 훨씬 많다는 것이다. 사용하던 가구나 옷들을 싸게 파는 유명한 가게들이 매우 많다. 이런 곳에서는 사실 빈대를 잘 옮겨오지 않는다. 헌 용품을 구매할 때 깨끗이 손질해 내놓거나 세탁하기 때문에 옮길 일이 많지 않다. 그러나 이곳에 와서 옷을 입어보고 벗어 놓는 과정에서 빈대를 옮겨오는 일이 매우 흔하다. 또 중고 물품을 위생처리 하지 않고 구입한 그 상태로 다시 되파는 가게들도 많다. 그래서 빈대가 헌 옷과 중고 가구와 함께 들어오는 것이다. 가장 흔한 경우는 빈대에 감염되어 버리려고 내놓은 가구들 때문이다. 주로 침대 프레임, 매트리스를 가져와 문제가 발생한다. 서랍장, 신발장에도 빈대가 딸려 오는 경우가 너무 흔하다. 내 자료에 의하면 이 경우 10건 가까이 된다.


빈대의 확산은 주거 형태와 깊은 상관이 있다. 미국의 아파트나 한국의 고시원에서 빈대가 비교적 잘 번지는 이유가 있다. 미국의 아파트와 한국의 고시원은 매우 얇은 나무 합판 벽 하나로 나뉘어져 있다. 옆방에서 내는 작은 소리조차 들릴 정도라 한 곳에서 빈대가 나타나면 곧 옆집, 위아래 집으로 번져간다. 미국의 호텔도 마찬가지 원리다. 이런 곳에 빈대 처리 문제로 가면 한곳에서 끝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이런 주거 형태가 구조 때문에 사방으로 빈대가 잘 번져 나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기숙사도 같은 이유로 쉽게 번진다. 작은 규모의 방을 나무 벽으로 이어 붙였기 때문에 한곳에서 번지면 다른 곳으로 쉽게 이동한다. 내 경우 제일 심했던 곳은 노인 아파트이다. 미국엔 65세 이상이면 약간의 돈만 내고 살 수 있는 노인 아파트가 있다. 세대 전원이 노인들이다. 이들은 대부분 그 안에서 공동체 생활을 하며 서로의 집을 방문하고 같이 먹고 나누는 것이 생활화되어 있어 바퀴벌레, 빈대가 상당히 번져 있다. 빈대도 너무 심하고 경제적으로도 취약하여 손을 쓸 수 없어 내 경우에도 여러 번 의뢰를 받았지만 포기한 적이 많았다. 아무리 주의를 주어도 외로운 노인들은 계속 다른 노인들의 아파트를 방문하면서 빈대를 계속 옮겨 왔기 때문이다.


빈대는 주로 학생, 노동자들의 숙소, 노인 아파트 같은 저소득층에서 오랫동안 방치되어 다른 곳으로 확산할 소지를 갖고 있다. 이유는 빈대 방역의 비용이 매우 비싸기 때문이다. 방 한 칸만 약을 쳐도 원화로 60만 원이 넘는다. 아파트라도 방 두 칸에 거실까지 합치면 원화로 150만 원 이상이 든다. 이 비용이 크기 때문에 저소득자들은 본인이 해결하거나 포기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빈대는 일반인들이 처리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확산해 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지혜로운 그리스도인


빈대의 유행과 함께 그리스도인으로서 생각하고 넘어가야 할 몇 가지가 있다. 한국 매체의 기사를 보면 빈대 감염의 원인으로 외국인 유학생, 외국인 근로자 등이 많이 언급되는데 감염과 확산 이유는 매우 다양해서 누구나 예외일 수 없다. 그래서 함부로 속단하는 것은 금물이다. 예를 들자면 빈대의 확산은 고비용 때문에 저소득층에서 비교적 높게 나타나지만 오히려 외국 여행을 하며 호텔에서 숙식할 수 있는 중산층에서 감염될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다. 혀를 잘못 사용하여 스스로 함정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


여행과 이동이 잦은 그리스도인들이나 목회자들이나 고려해야 할 것 하나가 있다. 이들이 국내 다른 지역이나 외국에 초청받아 호텔에서 묵을 때 침대에 눕기 전에 유심히 침대 매트리스와 이불을 살펴야 한다. 나무 침대면 특히 침대 프레임 사이 사이와 매트를 잘 살펴 검은 점같이 생긴 빈대의 배설물이 있으면 즉각 방을 옮기거나 다른 호텔로 옮기는 것이 좋다. 혹시 모르고 하루를 보내더라도 몸의 혈관을 타고 일정한 간격으로 빨갛게 물린 흔적이 여러 개 있으면 입었던 옷은 버리거나 아니면 비닐봉지에 넣고 입구를 잘 묶어 봉하여 후에 세탁할 것을 권한다. 


그리고 호텔 예약할 때 빈대를 발견하면 호텔비용 반납이나 피해 보상을 처리해 주는지 꼭 물어보는 게 좋다. 호텔마다 빈대 문제 처리에 대한 정책들이 있다. 알고 계약할 것을 권한다. 호텔 측은 빈대를 눈으로 발견하지 않는 이상 절대 빈대가 있다고 인정하거나 피해 보상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 호텔의 명예에 예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진을 꼭 찍어 두어야 한다. 빈대가 있던 호텔에 묵었다가 초청자의 교인 집에 묵는 것은 큰 실례이다. 그냥 호텔에서 묵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빈대의 유행은 잼버리, 올림픽, 엑스포 같은 국제 행사가 열리고 나면 한껏 올라갔다가 방역이 강화되면 다시 완화된다. 지금처럼 심할 때는 타인의 집에 묵는 것은 민폐 행위다.


당분간은 중고 물품을 거래할 때 유의해야 한다. 빈대가 유행하면 유난히 중고 물품 거래가 많고 버리는 빈도가 급격히 늘어난다. 이때 중고 물품을 살 때 주의하여 살펴보고 남이 버린 물건을 가져오는 행위는 금지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감염된 물건을 버릴 때 반드시 빈대에 감염된 물건이라는 메모를 남겨 다른 사람들이 재사용하는 걸 막아야 한다. 이렇게 해야 지혜로운 그리스도인다운 행동을 하는 것이라 믿는다. 


빈대는 우리를 돌아보게 한다. 코로나 유행 시 우리가 들어가 앉을 곳을 가려가며 행동 하나하나를 조심했듯이 지금은 자신과 타인을 위해서 자신과 주위를 항상 살펴야 한다. 극장같이 사람이 많은 곳을 다녀왔으면 바로 옷을 벗어 비닐에 넣어 묶어 두었다가 나중에 뜨거운 물로 세탁 또는 뜨거운 열로 말리길 권한다.


매체에서 읽은 약간의 지식으로 빈대에 대해 아는 체하거나 조언해서는 안 된다. 그리스도인들이 빈대 감염자를 돕는다고 어설픈 지식을 전수하는 것은 매우 해롭다. 빈대에 감염된 어려운 이웃을 돕겠다며 봉사 정신으로 이리저리 약을 쳐 주는 것 역시 100퍼센트 자해 행위다. 가장 좋은 방법은 방역 비용을 보태 주거나 전문가를 소개해 주는 것이다. 가끔 외국 유학생들에게서 연락이 온다. 대부분 파리, 런던, 뉴욕 같은 대도시에서 유학하는 한국인들이다. 이들은 엘리트층이라 자기가 인터넷을 찾아 빈대 약을 사고 약 치는 방법도 익혀 서로 약을 쳐 주며 한국인의 도전 정신을 시전한다. 그러다 한계에 막혀 나에게 전화하는 것이다. 이러면 너무 빈대 감염이 악화하여 힘들 수밖에 없다. 나는 ‘지금이라도 전문가 부르세요’라고 조언한다. 비싸서 못한다고 하면 ‘그럼 나중에 훨씬 더 많이 들어요’ 대답한다. 약을 어설프게 치면 잠자리 근처에 머무르던 빈대는 집안 곳곳으로 깊이 들어가 숨는다. 가구 틈, 천장, 카펫 바닥, 창문틀, 어디든 살 곳으로 찾아 숨어 좀처럼 사람 눈에 띄지 않는다. 이 정도면 전문가들도 힘들어한다. 비용만 더 들 뿐이다. 어설픈 지식으로 더 많은 시간과 약을 써야 하도록 일을 그르쳤기 때문이다.


다른 전염병과는 다르게 빈대는 어떤 질병도 옮긴다는 기록이 없다. 그래서 빈대 처리 보조금이나 보험처리를 어느 나라 정부도 해 주지 않는다. 그런데 그냥 두면 학교, 극장, 전철, 버스, 호텔, 직장 등을 통해 온 나라와 세계로 퍼져갈 수밖에 없다. 교회나 선교 단체에서 자금을 모아 전달하거나 기금을 만들어 주위에서 빈대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돕는 것이 정말 지혜로운 일이다. 빈대는 그야말로 공포를 부른다. 항상 새벽에 물기 때문에 잠을 설치는 것은 물론이고 알레르기 반응이 심각한 사람은 물린 부위가 심하게 부어오르고 정신적으로 견디기 힘들어한다. 평상시에도 스멀스멀 빈대가 기어가는 느낌이 있어 스트레스로 인해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곤란할 정도다. 그래서 이들을 돕는 것은 중병 환자들 돕는 것 같이 시급한 일로 취급해야 한다.


한국인들의 체면 문화 때문에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을 밝히지 않아 문제가 된 적이 여러 번 있었다. 빈대 감염 여부를 주위에 빨리 밝히고 도움을 구하는 것이 좋다. 이런 일로 경제적 도움을 구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도 아니고 오히려 지혜롭고 서로에게 선한 일이다. 빈대가 다 처리되는 동안 교회나 이웃, 직장 출근을 삼가는 것 역시 지혜로운 일이다.


코로나 유행 시 교회는 비대면 세상에서 살았다. 많은 교인이 교회를 떠나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교회의 따듯한 말 한마디와 도움이 필요했는데 그렇지 못했기 때문이다. 초유의 일을 겪어야 했던 교회는 이 일로 좋은 경험을 쌓았다. 이제 빈대로 곤란을 겪는 이웃을 위해 어떻게 도울지 모를 수 없다. 앞으로 이런 감염과 질병으로 사회 문제가 계속되는 것이 하나도 이상하지 않은 사회를 살아가는 교회는 지속적으로 이웃을 도울 방법을 찾아야 하는 도전을 받고 있다. 세상의 정부는 이런 것 하나 처리하려 해도 법을 만들고 시행하려면 많은 시간이 걸린다. 교회처럼 신속하게 결정하고 적절하게 이웃을 도울 수 있는 곳은 거의 없다. 이 또한 주가 주신 은혜를 베풀 기회가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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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필립 정

필립 정 목사는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BA), 총신대학교신학대학원(MDiv), 미국 Talbot School of Theology(MA, 목회 상담)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청소년 영어 담당 사역자와 이민 1세대 교회의 목회자로 섬겼다. 현재 Go Eco Pest Control 회사 대표이며, 기독교 세계관을 바탕으로 인간과 야생 동물의 관계를 연구하여 달라스 DKNET 방송국 고정 게스트와 달라스 부동산 라이프 기고자로 활동하고 있다. 인간과 벌레의 교감을 다룬 애니메이션 시나리오도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