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으로

와플터치 & 큐티

선생님의 듣기 시험

12월 31일 와플 QT_주말칼럼

2023-12-31
주말칼럼 - 선생님의 듣기 시험 

‘매리 앤 버그(Mary Ann Berg)’가 쓴 『속삭임 시험(The Whisper Test)』이라는 책에서 읽은 짧은 이야기 한 토막이 아직도 제 마음에 큰 울림을 줍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한 여학생은 입술이 찢어지고, 코가 비뚤어졌고, 말할 때 발음조차 정확하게 내지 못합니다. 우리는 그런 사람을 흔히 ‘언청이’라고 낮잡아 부릅니다. 그 아이 옆에서 친구들이 놀리면서 “넌 왜 입술이 그 모양이니?”라고 물어보면 자기방어적인 습관 때문에 자기도 모르게 넘어졌을 때 바닥에 깔려 있던 유리 조각에 다쳤다는 식으로 대답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남들과 다르게 태어났다는 설명보다 사고로 다쳤다고 하는 편이 더 견디기 쉬웠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런 아픔이 있기 때문에 가족 외에는 누구도 자신의 모습 그대로를 사랑할 수 없다는 생각 속에 외롭게 지냈습니다. 그러다가 초등학교 2학년 때 만난 담임 선생님이 이 여학생의 마음을 울리고 말았습니다. 모든 학생이 담임 선생님을 좋아했습니다. 선생님은 키도 작고 통통한 편이어서 세상이 말하는 미인상은 아니었지만 그 어떤 미인보다 행복하고 활기가 넘쳤습니다.


담임 선생님은 매년 학생들에게 독특한 ‘듣기 평가’를 하셨다고 합니다. 학생들을 한 명씩 불러서 시험을 치르는 형식이었습니다. 학생들이 순서대로 나와서 교실 앞문을 등지고 서서 한쪽 귀를 손으로 막고 서 있으면 선생님은 책상에 앉아 짧은 문장을 작은 소리로 속삭입니다. 학생들은 집중해서 들어야만 선생님이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알아들을 수 있습니다. 그 시험에 통과하려면 선생님이 말씀하신 내용을 그대로 따라서 해야 합니다.


이를테면 “오늘은 하늘이 참 푸르구나”, “너 오늘 새 신발 신고 왔니?” 이런 식으로 말입니다.


그렇게 시험이 진행되다가 입이 비뚤어진 여학생의 차례가 되었습니다. 그녀는 문 앞에 서서 선생님의 속삭임을 기다렸습니다. 어떤 말씀을 하실지 몰랐습니다. 아무도 예측할 수 없고, 그저 귀담아들어야 할 뿐입니다. 하지만 그날 선생님의 그 짧은 한마디는 마치 천사가 선생님의 입에 넣어주신 것이 틀림없다고 그녀는 고백합니다. 선생님이 속삭인 말은 그녀의 인생을 한순간에 바꿔놓았기 때문입니다.


“네가 내 딸이었으면 좋겠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건네는 한마디 말이 이토록 소중합니다. 우리는 날이면 날마다 상대방을 죽이는 말을 건넬 수도 있고 누군가를 살리는 말을 할 수도 있습니다. 오늘 당신은 사람들에게 어떤 말을 건네었나요?







작성자 : 김요한 목사 (함께하는교회)

출처 : 맛있는 QT 문화예술 매거진 <와플터치>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카카오톡으로 보내기
  • 공유하기
  •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