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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과 일

일터 예배, 모든 직원을 참여시켜야 할까요?
by 김선일·이금주2023-09-04

엉겅퀴와 가시덤불

그리스도인들이 일터에서 겪는 문제와 질문을 두고 김선일 교수와 이금주 교수, 두 신학자가 대화하며 그 답을 찾아 나선다. 


현재 30명 규모의 작은 회사를 경영하고 있습니다. 회사에서는 월요일마다 예배를 드립니다. 예배 인도를 제가 합니다. 제가 그리스도인이고 선교에 관심이 많은 것을 직원들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일을 하다 잘못한 직원에게 책임을 묻고 필요하면 징계해야 할 때가 있는데, 그리스도인이 저에게 용서와 너그러움을 기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럴 때마다 난감합니다. 자칫 엄격하게 하면 교회가 욕을 먹을 수도 있어서요. 

김선일: 이 질문은 일의 신학을 접하는 그리스도인 경영자들이 겪는 딜레마를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저도 이들로부터 현실에서 일의 신학을 적용하는 게 과연 가능할지 모르겠다는 하소연을 들은 적이 있어요. 그런데 이 질문에는 고민해야 할 주제가 여러 가지가 있는 것 같습니다. 한번에 모든 이야기를 하기보다는, 한 가지 가장 현실적이고 피부에 와닿는 주제, 곧 일터에서 드리는 예배에 집중하면 어떨까 합니다.  


이금주: 이 질문을 보면서 예배란 무엇인가라는 물음부터 해봐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고든콘웰 신학교에서 공부할 때 저명한 구약학자인 월터 카이저(Walter Kaiser) 교수가 “예배는 하나님을 섬기는 것이며, 하나님을 섬기는 마음으로 일터를 섬기는 것이다”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질문하신 그리스도인 경영자가 월요일에 예배를 드리는 동기는 무엇일까요? 


: 한국에서 신실한 그리스도인 경영자들 대부분이 일터에서 예배드리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습니다. 저도 지금 매주 병원에서 일터 예배를 인도하고 있습니다.


: 몇 가지 궁금한 것들이 있습니다. 모든 직원이 그리스도인이라서 예배를 드리는 것인가요? 그러면 예배 시간은 얼마나 길게 진행되나요? 직원들은 이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나요? 그들은 이 경영자가 그리스도인이며 선교에 관심이 있는지 어떻게 알게 되나요? 그들은 경영자에게 무엇을 기대한다고 생각하나요? 그들이 경영자가 그리스도인인지 아닌지 알게 된다면 그의 행동이나 삶에서 무슨 변화가 있을까요? 


: 보통 일터에서의 예배는 30분 이상 진행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질문하신 분을 제가 개인적으로 아는데, 직원들의 절반이 그리스도인이 아니라 하는군요. 대신 입사할 때 일터 근무 시간 중에 주 1회 예배드리는 시간이 있음을 미리 알려주고 동의를 얻는다고 합니다. 


: 좀 파격적인 생각인지 모르겠지만, 솔직히 저는 만약 예배 시간이 30분이라면 직원들에게 예배 대신에 자유 시간을 주는 것이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 이분의 경우에는 근무 외 시간에 예배를 요구하지는 않은 것으로 압니다. 하지만 저도 종종 그런 생각을 합니다. 종교적 예배를 드리는 것보다 직원들의 복리를 위한 시간을 배려하는 것이 일의 신학에 더 부합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지요. 


: 카이저의 말처럼 하나님을 섬기는 마음으로 일터에서 다른 사람들을 섬기는 것이 진정한 예배라면, 의식으로서의 예배가 아니라 우리의 삶이 예배가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런 면에서, 죄송하지만, 이분은 예배와 일터에서의 영성을 분리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 일터에서 같은 그리스도인들끼리 예배나 기도 모임을 하는 것은 괜찮을 것입니다. 그런데 믿지 않는 이들에게 예배가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요구될 경우, 비록 그것이 강요의 형식을 띠지 않더라도 회사의 위계로 봤을 때 사실상 부담으로 다가오리라 봅니다. 


: 질문자께서 직원이 잘못하면 책임을 묻고 또 징계해야 할 때도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이에 대해서는 그 잘못이 단순 실수인지 고의적 기만인지 구별해야 합니다. 이 둘을 구분해야 처리하는 방식도 달라집니다. 실수에 대해서는 관용을 베풀어야 하고 은혜가 필요합니다. 실수와 고의가 혼합되면 안 됩니다. 만약 금전적인 피해가 발생했다 하더라도, 실수라면 먼저 원인 파악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책임과 징계를 논하기 전에 그리스도인 경영자와 해당 직원 둘이 앉아서 먼저 대화해야 합니다. 첫째, 원인을 먼저 찾고, 둘째, 앞으로 같은 실수를 방지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그리고 셋째, 손해를 어떻게 해결할지 방법을 같이 찾으십시오. 직원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런데 어쩌면 경영자의 소홀한 태도가 문제일 수 있습니다. 아니면 직원이 너무 지쳐서 일을 제대로 못 하거나, 가족 문제가 있어서일 수도 있습니다. 


: 그리스도인 경영자라면 책임과 징계를 논하기 전에 먼저 실수의 원인과 배경에 대해서 차분하게 이해하는 자세가 필요하겠네요. 해당 직원에게 추궁하기 전에 무슨 힘든 일이 있는지를 물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 잘못한 것을 구렁이 담 넘어가듯 넘기라는 것이 아닙니다. 잘못이 있을 때마다 함께 의논해서 원인과 해결책을 찾아야 합니다.


: 이분은 자신이 직원들에게 엄격하게 하면 교회가 욕을 먹을 수도 있어서 난감하다고 했습니다. 사실 이런 문제로 고민하시는 그리스도인 경영자들이 많습니다. 


: 이런 문제로 걱정하는 것은 좋지 못한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왜 난감할까요? 인격적으로 존중하면서 말하느냐, 아니면 하대하면서 말하느냐의 문제입니다. 그리스도인이라고 해서 잘못된 행동을 관용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직원들을 존중하면서 잘못에 관해서 진솔한 대화를 할 순 없을까요? 경영자라 할지라도 그리스도의 종으로서 직원들을 대하시나요? 직원들을 질책하더라도 사랑과 온유로 하나요?(딤후 4:2, 고후 10:1, 빌 4:5, 엡 4:2, 벧전 3:15 참조). 이것이 구분되지 않기 때문에 난감한 것입니다. 


: 그리스도인 경영자는 직원들을 징계하는 일이 있더라도 그것을 통해 용서와 회복으로 나아가야 목표를 가져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질책하다가 직원에게서 좋은 평판을 얻지 못할까 봐 두려워하기도 합니다.


: 그리스도인이든 아니든, 우리 모두 일터를 위해서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경영자는 직원들에게 일의 목표와 가치, 그리고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일터의 윤리가 무엇인지 알려줘야 합니다. 또한 그들에게도 하늘의 상전이 계심을 명심해야 합니다(엡 6:9). 만약 예수님이 더 큰 경영자시라면 어떻게 하실지 항상 묵상하시기 바랍니다. 


: 일터에서 예배를 드리는 문제를 두고 대화를 나눴습니다. 일터의 그리스도인들이 함께 드리는 예배가 덕이 되려면 우리의 일 자체가 하나님과 동료 직원들을 섬기는 예배가 되어야 합니다. 아무리 그리스도인 회사라 할지라도 우리의 예배와 일이 분리되면 복음의 진정한 영향력은 드러날 수 없습니다. “무슨 일을 하든지 마음을 다하여 주께 하듯”(골 3:23) 하는 것이 정말 필요한 일터 예배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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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선일·이금주

김선일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한국 사회와 복음의 만남을 위해 섬기며 전도학과 일터 신학을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는 전도의 유산: 오래된 복음의 미래한국 기독교의 성장 내러티브교회를 위한 전도 가이드 등이 있다. 

이금주 교수는 연세대학교에서 핵물리학 학사와 석사를 마치고 도미하여 세계적 금융투자사인 피델리티 매니지먼트에서 28년 근무했다. 그후 고든콘웰신학교에 진학하여 신학석사와 목회학박사를 취득하고, 아프리카의 여성과 교육을 위한 선교단체인 Matthew 28 Ministries를 설립하였다. 일의 신학과 변혁적 리더십을 전문으로 하는 바키대학원대학교(Bakke Graduate University)한국어 과정 위원장이며, 미국과 한국, 아프리카 등지에서 일의 신학을 가르쳐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