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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과 일

일터에서 양심에 꺼리는 일이 있을 때
by 김선일·이금주2023-09-20

엉겅퀴와 가시덤불

그리스도인들이 일터에서 겪는 문제와 질문을 두고 김선일 교수와 이금주 교수, 두 신학자가 대화하며 그 답을 찾아 나선다. 


회사에서 선진 마케팅 기법이라고 해서 아직 완성되지도 않은 시제품을 과대 홍보하면서 사람들의 반응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다소 거짓말이 들어간 것 같은데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하나요? 진실을 말하자니 회사의 영업이 어려워지고, 저도 상사에게 질책을 당합니다.

김선일: 회사에서 신제품을 내놓으려고 하는데 사람들에게 아직 완성되지도 않은 제품이 나온 것처럼 예고를 해서 고객들의 반응을 살피는 방법이 있다고 합니다. 이런 고민은 이익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비즈니스 세계에서 종사하는 그리스도인들이 종종 겪을 수 있는 문제인 것 같습니다. 


이금주: 이 질문을 보고 검색을 해보니, 요즘 마케팅에서는 고객의 필요를 잘 파악해서 거기에 맞춰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을 선진기법이라고 한다는 것 같습니다. 저는 이 질문이야말로 기독교적인 ‘타협’(compromising)의 이슈를 안고 있다고 봐요. 이 타협이란 거룩함의 문제와 연결되고, 그것은 그리스도인 정체성의 핵심입니다. 


: “나는 너희의 하나님이 되려고 너희를 애굽 땅에서 인도하여 낸 여호와라 내가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할지어다”(레 11:45). 하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신 것처럼, 우리가 신앙생활을 하는 이유 자체가 거룩하게 구별되기 위해서이지요. 


: 이와 비슷한 문제로 고민하는 그리스도인 직장인들이 취해야 할 몇 가지 단계를 제 나름대로 생각해봤습니다. 


첫째, 먼저 그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서 사실적 분석을 하십시오. 회사에서 계획하는 홍보방식이 과대홍보라고 바로 결론짓지 말고 정말 과대홍보인지를 분석해야 합니다. 자신은 과대홍보라고 생각하지만, 회사입장에서는 과대홍보가 아니라 정말로 선진기법이라고 판단할 수도 있습니다. 회사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제대로 알아야 합니다. 혼자서 추론하고 끙끙 앓지 마십시오. 어쩌면 회사의 운영방침이 내가 고지식하게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더욱 객관적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어야 합니다. 만약 의도적으로 사람들을 속이려고 한다면 그것은 문제입니다. 먼저 이를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 예, 저도 조직 생활을 하다보면 한 개인으로서 업무나 경영을 대할 때와, 책임을 맡은 리더로서 전체를 볼 때의 상황이 크게 차이가 나긴 하더라고요. 하지만, 아무리 개인이라 하더라도 실무자의 경우는 그 일이 사실인지, 거짓말인지 빨리 파악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 그래서 둘째 단계가 필요합니다. 그렇게 객관적으로 분석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사실과는 너무 동떨어진 분명히 거짓이 담긴 과대홍보라고 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겁니다. 이 둘째 단계는 진실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진실 말하기를 목회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 목회적이라 함은 사람을 대할 때, 비록 그가 나보다 상관이고 부도덕한 사람으로 의심될지라도 너그럽고 배려하는 자세로 접근하라는 것인가요? 


: 맞습니다. 그뿐 아니라, 거짓말을 안 하고도, 고객의 필요를 채워주는 선진기법의 취지를 잘 살려서 회사에 진정한 유익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찾자고 건의하십시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나를 의롭게 보이려는 데 초점을 맞추지 말고, 다른 사람도 수긍하고 동참할 수 있도록 최대한 겸손하게 지혜를 발휘하라는 것입니다. 회사에서 하려고 하는 선진기법이 100퍼센트 거짓말이라고 확신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말입니다. 


: 질문하신 분도 “다소 거짓말이 들어간 것 같다”고 하신 것을 보니 조금 애매한 측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 제품을 홍보하는 데 있어서 거짓보다는 진실을 늘리고, 사람들이 잘못된 희망을 품지 않도록 최대한 주의하자고 건의해야겠네요. 


: 미국의 조직문화에서도 그렇지만, 한국의 경우에는 윗사람에게 다른 생각을 말하는 것이 더욱 어려울 것입니다. 그래도 예의를 지키면서 건의해야 합니다. 공손하고 존경하는 마음으로 상사에게 시간을 내달라고 말하십시오. 아무리 권위주의 시스템이라 하더라도, 그 안에서 얼마나 겸손한 태도와 용어로 접근하느냐에 따라 상사의 반응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 진실과 공의가 중요하지만, 그 진실과 공의를 담는 방식은 겸손과 온유함이어야겠습니다. 


: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를 먼저 고민하고 연구해서 제안을 하십시오. 불평부터 하지 마십시오. 옳고 그름만을 따지지 말고,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를 고민하십시오. 그게 더욱 중요한 문제입니다. 


: 제 경험으로도, 어떤 일에서 잘못된 것을 불평하고 뒤에서 비난을 일삼으면 점점 조직에 대해서 불신이 쌓이고, 일에 대해서 실망하고 의욕도 잃는 것 같습니다. 


: 예수님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반응하실지를 생각하고 기도하십시오. 성경의 가르침에 충실한 지혜를 달라고 구하십시오.


: 어쩌면 회사라는 조직 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선과 악으로 구분해놓고, 비즈니스에서는 기독교적인 선을 이룰 수 없다고 포기하는 경우가 많지 않을까 싶습니다. 


: 일의 신학에서는 일터에서 일어나는 딜레마를 이원론적으로 구분해놓고 안주하려는 자세를 가장 경계합니다. 회사의 영업이 어려워지지 않으면서도 어떻게 올바르게 접근할 것인지 고민해야 합니다.


: 지금까지 두 단계를 말씀하셨습니다. 먼저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사실분석을 하고, 그다음에는 양심에 거리끼는 부분에 대해서는 겸손과 온유함 가운데 더 나은 대안을 찾아서 건의하라. 그래도 윗사람이 들어주지 않고 기만적인 과대홍보를 밀어붙이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 그때는 신앙적 결단이 필요합니다. 그리스도인이 명백한 거짓에 동참할 수는 없습니다. 성경은 “한결같지 않은 저울 추와 한결같지 않은 되는 다 여호와께서 미워하시느니라”(잠 20:10)라고 말합니다. 아까 말씀하신 대로 하나님의 거룩함을 따라 우리도 거룩한 삶을 추구해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그의 의로운 자녀들이 걸식하지 않게 하신다(시 37:25)는 믿음을 가지십시오.


: 아마 그렇게 하면 설령 회사 정책에 반하는 선택을 하고, 그로 인해 불이익을 받더라도 결국 더 큰 상전을 모시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의 마음은 평안해지고, 하나님의 오묘한 인도하심도 경험하리라 봅니다. 


: 동시에 영업이나 홍보에서 진실과 거짓의 차이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좁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자의적으로만 판단하지 말고 다른 사람들의 조언을 구하고 자신도 더 연구하고 심사숙고하면서 접근해야 합니다. 이 모든 과정에서 항상 기도하고 예수님을 묵상해야 합니다. 


: “뱀 같이 지혜롭고 비둘기 같이 순결하라”(마 10:16)는 예수님의 말씀이 바로 이 상황에서 떠오릅니다. 비즈니스의 속성인 이익 추구 시스템을 너무 순결주의로 접근해서 섣불리 선악을 판단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하겠습니다. 오히려 그리스도인의 순결함은 상사 및 동료들과 일에 대한 논의를 할 때 겸손과 존중의 목양적인 지혜로 표현되어야 합니다. 


: 끝으로, 저는 이런 문제에 관해서 교회와 목사님의 협력적인 목양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일터의 그리스도인들이 이런 고민을 많이 할 겁니다. 목사님들이 이런 문제를 안고 있는 교인들을 일의 신학적 관점으로 목양할 수 있어야 합니다. 


: 일터의 그리스도인들에게 목양적 자세가 중요하다고 하셨는데, 그들이 교회에서 자신들의 일에 대한 목양을 받아야 일터에서 목양자가 될 수 있겠습니다. 목양 받아야 목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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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선일·이금주

김선일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한국 사회와 복음의 만남을 위해 섬기며 전도학과 일터 신학을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는 전도의 유산: 오래된 복음의 미래한국 기독교의 성장 내러티브교회를 위한 전도 가이드 등이 있다. 

이금주 교수는 연세대학교에서 핵물리학 학사와 석사를 마치고 도미하여 세계적 금융투자사인 피델리티 매니지먼트에서 28년 근무했다. 그후 고든콘웰신학교에 진학하여 신학석사와 목회학박사를 취득하고, 아프리카의 여성과 교육을 위한 선교단체인 Matthew 28 Ministries를 설립하였다. 일의 신학과 변혁적 리더십을 전문으로 하는 바키대학원대학교(Bakke Graduate University)한국어 과정 위원장이며, 미국과 한국, 아프리카 등지에서 일의 신학을 가르쳐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