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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플터치 & 큐티

와플 QT_남의 집과 우리 집
2021-12-12

주말칼럼_남의 집과 우리 집

 

어린 시절 부모의 이혼으로 아빠와 함께 새로운 가정에 합류한 청소년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가정에는 남동생이 태어났고, 아빠는 너무 행복해 보였습니다.


새로운 가족과 함께하기에는 너무 많은 생각과 고민이 있습니다. 특별하게 필요한 것이 없는 이상 자신의 방에서만 생활했습니다. 그렇게 해주는 것이 모두에게 좋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남의 집에 있는 기분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방 밖에서 들리는 웃음소리와 가족들의 대화는 너무 따뜻하고 행복하게만 느껴집니다. 매일 밤 예전의 우리 가족을 생각하며, 어떤 부분이 문제였는지를 고민하다가 새벽까지 잠을 자지 못합니다. 자신의 존재가 사라져주는 것이 아빠와 아빠 가족을 위한 일이라 생각하지만, 선뜻 용기가 나지 않습니다. 


아빠는 그런 자신의 모습을 한심하게 바라보며, 늘 늦게 일어나고 말이 없어 답답하다고 화를 냅니다. 술에 취한 아빠는 문을 두드리며 화를 냅니다. 아빠는 엄마처럼 나를 버리지 않았고, 나를 책임지고 있음에 대해 몇 번을 강조합니다. 아빠는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너는 왜 아무것도 하지 않는지를 묻습니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매일 무엇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고민하고 있는데….”


행복한 가정을 꿈꾸며 결혼을 하고 아내를 만났지만 실패하고 새로운 가정을 이룬 아빠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과거의 아내는 늘 우울증과 폭식으로 시간을 보냈고 딸에게는 아무런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고민 끝에 딸과 함께 새로운 가정을 만들었고, 딸아이에게는 남동생이 태어났습니다. 딸과 함께 행복한 우리 집이 생긴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한 지붕 아래 두 가족이 함께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방 안에서 절대 나오지 않는 딸 때문에 가족 모두가 늘 신경을 써야만 했습니다.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 기다려주기로 했지만 열리지 않는 문밖에서 기다림이란 너무 힘든 시간이 되었습니다. 차려놓은 식사 자리는 늘 식어서 두 번을 차리게 되고, 몇 번을 말해도 대답이 없는 딸아이의 방안을 보고 있으면 겁이 나기도 했습니다. 예전의 아내처럼 나쁜 생각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딸아이의 모습은 점점 자기 관리가 되지 않고, 예전 아내의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었습니다. 장소만 바뀌고 이전의 아내는 그대로 내 곁에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용기가 나지 않아 술기운을 빌려 딸아이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해봅니다. 하지만 우리 사이는 더 나빠졌습니다.”


아빠와 딸은 대화를 통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합니다. 나를 밀쳐내려는 남동생의 아빠가 아닌 나를 잡아주려고 노력하고 있는 우리 아빠였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엄마와 자신의 삶을 망쳐 분노에 찬 딸아이가 아닌 가족 구성원으로 인정받고 싶어서 방법을 고민하는 우리 딸이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빠의 품에 안긴 딸은 오랜 시간 울었습니다. 가족에게 열리지 않았던 문은 천천히 열리게 되었습니다. 


아빠와 딸은 기다려주는 가족이 있다는 것, 혼자만의 방법이 아닌 가족이 함께 그 방법을 찾아야 함을 알았습니다. 긴장과 두려움은 각자 혼자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 가족 모두에게 있었음을 이해했습니다. 창문 너머 따뜻한 남의 집이 아닌 나를 기다려준 따뜻한 우리 집이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우리 안에 있는 두려움을 주님은 알고 계십니다. 하지만 우리는 늘 우리가 먼저 결정을 내리고 그 두려움 때문에 세상을 향합니다. 주님은 우리를 기다리고 계시며, 언제든 우리가 빗장을 풀고 나오기를 기다리십니다. 세상에 취해 나와 주님과의 관계를 불평하기보다 내 생각 안에 가두어 놓은 나 자신을 주님 앞에 데리고 나아가길 기도해봅니다. 늘 꿈꾸고 소원하는 그 세상은 우리를 향하신 그분의 계획 가운데 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오늘도 남의 집을 향해 방황하고 있다면 주님이 계신 우리 집을 향해 나아가길 기도합니다. 




작성자 : 오선미 소장(한 예술치료교육연구소)
출처 : 맛있는 QT 문화예술 매거진 <와플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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