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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플터치 & 큐티

와플 QT_변질된 자부심
2022-02-19

주말칼럼_변질된 자부심

  

얼마 전에 볼일을 보고 다녀오는 길에 서울대를 잠깐 들린 적이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교수님 같은 분(?)이 서울대 배지를 달고 다니는 모습을 보게 되었는데 유난히 그 배지가 빛나 보였습니다. 


유명 대기업이나 좋은 학교라고 평가받는 곳에는 배지를 만들어 줍니다. 굳이 배지를 만들어 주는 이유는 다니는 학교, 회사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도록 하기 위한 이유일 것입니다. 인터넷 사전에서 ‘자부심’을 찾아보니까 ‘자신의 가치나 능력을 믿고 당당히 여기는 마음’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서울대 소속이라는 가치, 능력을 믿고 당당히 학교생활 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배지를 만들어 줬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자부심은 우리 삶에 긍정적인 작용을 합니다. 


그러나 자부심이 지나치면 부작용이 일어나고 변질하여 자만심이 됩니다. 예를 들어 한 유명 대학에 다니는 어떤 사람이 지나친 자부심 때문에 직장에서 자기를 조금만 섭섭하게 대해줘도 ‘감히 나를 어떻게 보는 거야?’ 이런 생각 때문에 직장을 관두는 경우도 더러 있다고 합니다. 또 취업할 때 자신의 화려한 스펙 때문에 본인이 하고 싶은 일임에도 불구하고 작은 회사는 쳐다보지도 않아서 오랫동안 취준생으로 남아있는 일도 있다고 합니다.


이 세상의 민족 가운데 가장 커다란 자부심을 느끼고 살아가는 민족이 있다면 아마 유대인일 것입니다. 그들은 자신이 ‘하나님이 택한 백성이다’, ‘세계 역사의 중심에 이스라엘이 있다.’ 이런 선민의식이 유대인들에게 있습니다. 그런데 성경을 보면 유대인들의 이 넘치는 자부심 때문에 변질하기 시작했습니다.


변질한 자부심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 크게 두 가지인데 첫 번째는 요즘 흔히 쓰는 표현으로 ‘내로남불’입니다. 결혼한 내가 다른 여자를 만나면 바람피운다고 이야기하지 않고 로맨스라고 이야기합니다. 반대로 남이 바람피우면 상종 못 할 불륜이라고 해석하는 태도입니다.


한마디로 ‘내로남불’은 나와 남을 다른 잣대로 놓고 정죄와 비판을 일삼는 태도를 말합니다. 유대인들은 변질된 자부심 때문에 늘 남 탓하기 바빴습니다.


우리도 유대인처럼 착각에 빠질 때가 있습니다. 특히 교회를 오래 다닌 분들께 ‘예수님 믿어요?’ 이렇게 물으면 대개 이런 대답을 듣습니다. ‘나 모태신앙이에요’, ‘나 회장 했어요’, ‘나 장로예요.’ 엉뚱한 답을 합니다. 그리고 직분을 맡지 않은 사람을 은근히 하대합니다. 


두 번째 변질된 자부심을 가진 사람은 가면을 쓰고 자신의 모습을 철저히 감추는 데 익숙합니다. 가면을 쓴 모습을 정신분석학 용어로는 ‘페르소나’라고 합니다. 페르소나는 장소마다 나의 모습이 달라지며, 때에 따라 가면을 쓰며 살아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가면 증후군’이라고 들어보셨습니까? 성공할수록 자부심이 강해져서 나타나는 정신 질환 중 하나입니다. 사회적 능력을 인정받아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타인의 시선이 신경 쓰여 가면을 수시로 바꿔쓰기 때문에 정신적으로 많은 스트레스 받습니다. 그래서 페르소나에 깊이 빠져 있으면 어떤 성공과 명예가 따라와도 행복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나의 가면이 벗겨져야 더 깊은 수렁으로 들어가지 않습니다. 지나친 페르소나로 오는 우울감, 기력, 열등감에서 벗어나려면 나의 가면이 벗겨져야 합니다. 나의 모습을 직면하고 오픈해야 합니다. 


하나님은 나를 평가하지 않으십니다.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 주십니다. 저는 인격적인 하나님을 알게 되면서부터 참 감사하고 행복해져 갔습니다. ‘아 하나님이 나를 정말 있는 그대로 사랑하시는구나.’ 그 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진실한 관계를 경험하고 나면 변질한 자부심에서 벗어나 ‘내로남불’도 조금씩 사라지고 나의 모습이 수시로 달라지는 ‘페로소나’를 벗게 됩니다.


나의 가치를 남의 시선에 두는 변질된 자부심으로 살면 공허함이 수시로 찾아옵니다. 그런데 나의 가치를 그리스도께 두면 건강한 자부심으로 조금씩 스며드는 행복한 삶을 살아가게 됩니다. 


그래서 하나님의 사랑을 누려야 합니다. 저는 가끔 제 자부심에 상처가 생길 때 하나님께서 나를 사랑으로 바라본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말씀을 묵상합니다.


“너의 하나님 여호와가 너와 함께하신다. 그는 전능한 구원자이시다. 그가 너를 아주 기쁘게 여기시며 너를 말없이 사랑하시고 너 때문에 노래를 부르며 즐거워하실 것이다(스바냐 3장 17절).”


나를 보고 기쁨을 이기지 못하시고, 잠잠히 사랑하시고, 기뻐하신다고 합니다.


말씀처럼 건강한 자부심으로 살아가고 계십니까? 아니면 변질된 자부심으로 나를 더 상하게 하지는 않습니까? 남들의 평가로 살아가는 변질된 자부심이 아니라 하나님 사랑에 기반을 둔 건강한 자부심으로 살아갈 때 나를 누르고 있는 어둠으로부터 자유로워질 것입니다. 




작성자 : 장준영 목사(성수교회)
출처 : 맛있는 QT 문화예술 매거진 <와플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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